캐나다 헬스 트레이너 그렉 듀셋이 가수 김종국에 대해 ‘로이더(약물로 근육을 키우는 사람)’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현직 재활의학과 의사가 “김종국은 내추럴”이라는 주장을 폈다.
유튜브 ‘부산의사 김원장’ 채널을 운영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경렬씨는 16일 ‘의사가 생각하는 김종국, 로이더 vs 내추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김종국씨와 친분이 없고 평소 팬도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씨는 우선 김종국이 호르몬 관련 검사를 받은 것만으로는 약물 사용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종국씨가 병원에 가서 호르몬 검사를 받는 걸보고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걸 증명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런 검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랜덤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걸 반박하는 사람과는 논쟁을 할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은 랜덤테스트에서조차 약물러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기본적으로 약물 테스트는 약물을 사용한 걸 증명할 순 있어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모든 로이더, 모든 약물러들은 걸리기 전까지 다 똑같은 반응을 한다”며 “절대적으로 부인하고 과하게 억울해하고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검사든 받겠다고 한다. 이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레퍼토리”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종국이 ‘로이더’인지, ‘내추럴’인지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 자체가 사실상 없다고 했다. “믿음의 영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자신은 김종국이 ‘내추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근거로는 김종국의 호르몬 검사 결과와는 전혀 상관 없는 두 가지 이유를 댔다. 먼저 폭로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유명인의 약물 복용은 주변인들의 폭로를 통해서 밝혀졌다”고 했다.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과 미국 발코 스캔들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심지어 국가가 주도했던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의 약물 스캔들도 검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 아니고 내부자 폭로를 통해 밝혀졌다”고 했다.
김씨는 “약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벽히 은폐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김종국씨 같이 몸으로 장시간 유명세를 탄 인기스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지인의 지인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기 쉬운데, 관련자들 중에서 분명히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 이런 큰 이슈가 있을 때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아무런 제보나 폭로가 없기는 힘들다”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남성호르몬 수치다. 그는 “그렉이 가장 문제삼은 부분은 김종국의 나이”라고 했다. 그렉은 “45세에 높은 호르몬 레벨을 유지하면서 근육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건 인종 간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인종차별적으로 비하될 수 있는 요소가 있고,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인종간에는 남성호르몬 레벨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흑인의 경우 남성호르몬 레벨이 어릴 때 빠르게 올라갔다가 나이가 들면 빠르게 떨어지고 백인은 중간정도, 동양인은 천천히 올라갔다가 나이가 들어도 천천히 떨어진다”며 “늙어서는 동양인의 남성호르몬 농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김씨는 “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약물과 호르몬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그렉이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물론 이게 김종국씨가 내추럴이라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김종국씨는 억울하겠지만 장기간 랜덤 테스트를 받지 않는 이상 내추럴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건 믿음의 영역”이라며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국뽕’과 ‘팬심’을 배제하더라도 제가 가진 의학적 지식과 사회적 경험, 즉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내추럴에 베팅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